아이들이 엄마에게 말을 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대화가 안 돼서’라고 합니다. 예를들어,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가 영어 시간에 새로오신 파란 눈의 외국인 선생님에 대해 말을 꺼냈습니다. 이에 엄마는 외국인 선생님이 발음은 좋은지, 가르치는 실력은 훌륭한지 등 자녀의 영어 학습에 긍정적인 도움이 되는 존재인지를 파악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녀가 오늘 영어 숙제는 다 했는지가 궁금해지고 금세 화제는 공부로 넘어가게 됩니다. 아마 자녀를 좋은 길로 이끌고 성공한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부모의
책임감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을 테지만, 자녀는 낯설고 신기했던 자신의 감정을 엄마에게 마음껏 표현하지 못해 답답함을 느낍니다.
말을 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부모가 ‘일방적인’ 해결책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놀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다는 자녀의 얘기를 들은 부모는 앞을 똑바로 보지 않고 뛰어다닌다고 자녀를 질책하고, 좀 더 조심해서 놀라고 당부합니다. 감정이 예민한 사춘기 자녀는 다쳐서 속상하고 놀란 마음을 이해해 주기보다는 ‘나를 혼내는 엄마’로 생각하기 쉽고, 따라서 부모와 대화하려는 의지를 점차 잃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자녀가 대화하고 싶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먼저 자녀에 대한 관심과 존중 그리고 부모의 생각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려는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자녀와 소통하기 위한 첫 번째 자세는 ‘경청’하는 것입니다. 자녀의 말을 경청하며 관심을 기울여 줄 때,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수용해 준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녀의 대화 의지를 북돋아 줄 것입니다. 두 번째는 ‘감정 읽기와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음성이나 문자와 동시에 몸짓, 손짓, 표정, 시선, 자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말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기분과 욕구를 알아차려 주고 공감을 통해 마음을 읽어 줄 때 자녀는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러면 자연 부모와 함께 자기 생각과 고민을 나누려고 할 것 입니다. 자녀의 여러 가지 소소한 사항에 대해 아이의 입장에서 상황과 감정을 이해해 주는 ‘작은 공감’은 자녀와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되
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