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신언어 '파괴'인가? '진화'인가?

                                                                            김용은 수녀 l 살레시오수녀회

 

청소년들이 즐겨 사용하는 인터넷 통신 언어가‘언어 파괴’인가?‘언어 진화인가?’이들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기성세대는 21세기의 진화 과정에 돌입하지 못한 난독증 환자인가? 니면 지배 세력을 따돌려 소통을 단절하려는 청소년들의 반란인가? 또는 자신들을 억압하는 기 존 질서로부터 도피하여 생존하고자 생산해 낸 청소년 일탈문화인가?

예전엔 대중 매체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들 만의 스타일과 태도로 저항과 일탈 문화를 꾸려 왔다면 오늘날 정보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첨단 정보 매체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새로운 인터넷 통신 언어를 주도적으로 생산해 내면서 소통의 문화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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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통신 언어가 새롭게 부각되면서 비속 어·은어·욕설과 알 수 없는 약어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문자와 이미지를 조합해 감정과 느낌을 풍요롭게 하는 이모티콘이 십대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언어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 코드로 확고하게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기성 세 대들은 청소년과의 원만한 소통 관계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새로운 문화 현상을 단순히‘언어 파괴’라고 몰아갈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동시에‘언어 진화’라는 차원에 수용하기에는 남용되고 있는 비속어와 은어, 잦은 욕설과 약어, 그리고 십대들만의 외계어에 대한 연구가 너무도 미흡하다. 교육자의 입장에 서 청소년들의 인터넷 통신 문화와 관련하여 교 육 방향을 갖고 갈 만한 준거점이 투명하지 않다 는 것이다.



자신을 교육하는 언어는 행동 변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강력한 소통의 도구이기에 십대들의
'언어 문화'의 소통 과정에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자로서 특히 살레시안 으로서 청소년의 인터넷 통신 언어를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그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기에 다음과 같이 제안 한다.

 첫째, 인터넷 통신 언어에 대한 긍정적인 기능을 인정하고 수용하였으면 한다. 인터넷 통신 언어는 청소년들만의 독창적인 사고로 말을 풍요롭게 하며 또래끼리 재미와 친밀감을 유지하면서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다. 또한 간략함과 축약으로 경제성을 높이며 이모티콘으로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자신들 만의 개성을 누리기도 한다.

둘째, 청소년 시기의 일탈과 저항의 문화 기 호를 읽어 내도록 노력한다. 십대들이 사용하는 언어 그 자체의 뜻에 집착하기보다 이면에 담긴 코드와 기호를 찾아 그들만의 감정 상태를 읽어내야 한다. 어른들에게는 욕처럼 거북하게 들리지만 아이들에게는 친근감의 표현이고, 선정적인 표현 같지만 아이들에게는 매력적이고 정감 있게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언 어 이면의 정서와 감정 상태를 이해하면서 변화 되어 가는 언어의 의미를 놓치지 말아야 교육의 개입이 이뤄진다.

셋째, 교육자로서의‘문제’에 대한 중재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가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은 바로 인터넷을‘통제하고 인도’하는‘중개자’를 찾는 것이 다. 이것이 바로 온라인 세계를 공유하는 수백만 명의 사용자인 우리의 이야기이며, 우리는 최선 을 다할 책임이 있다”(페트리샤 윌리스 Patricia Wal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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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언어 질서에서 무작정 벗어나는 데 서 쾌감을 느끼려 한다. 사회 규범을 거부하는 일탈적 태도로 기성세대와의 소통을 단절한다. 제 대로 학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스턴트식의 언어만을 습득한다면 지식정보사회로부터 소외를 자초하게 된다. 언어는 정신을 지배하기도 하고 생각을 안내하는 도구이다. 또한 마음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언어가 쾌락을 위 한 남용이 아닌 소통의 도구로, 도피가 아닌 건강 저항의 도구로서 사용되기 위해 교육자는 아이들의 소통 과정에 함께해야 한다. 

지력(intellect)은 학습한 지식이고, 지혜 (wisdom)는 경험한 지식이라고 한다. 지식의 진화는 경험을 통해 감정을 생산하고 그 감정으로 이해하면서 행동의 변화 안에서 지혜로 진화 된다. 인간의 기술은 멈추지 않는다. 문화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며 끊임없이 생성하고 진화한다. 문화의 진화는 인간의 지혜에 달려 있다. 자신을 교육하는 언어는 행동 변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강력한 소통의 도구이기에 십대들의 ‘언어문화’의 소통 과정에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 그들과 함께 경험하고 거기에서 좋은 감정을 이끌어낼 수 만 있다면 행동의 변화를 이끄는 전환점에서 청소년과 함께 아름다운 진화를 이뤄낼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살레시오 가족지 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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