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 시험 기간엔 미사보다 학원이 먼저인가요? 헷갈려요...

 서울에서도 공부 좀 하다는 학군에 있는 학교 다니는데요, 그래선지 평소에도 친구들이 성적에 꽤 민감해요. 뭐...저도 그렇고요. 좀 창피한 말이지만 제가 셤 때문에 맘이 불안하고 초조해지니까 기도를 더 열심히 하게 되요. 혹시 모르는 거 나와도 지혜롭게 잘 풀 수 있게 해달라고요, 헤헤. 그래서 주일미사도 더 정성스럽게 드리고 싶고요.
 근데 셤 기간에는 대개 주일에 직보(시험 직전 보충수업)를 하는데 그게 미사랑 겹칠 때가 꽤 있어요. 제가 직보보다는 미사를 가겠다고 하면 엄마는 셤 때는 하느님도 이해하실 테니 학원 가라고 하세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시고 단체활동도 하시는 분인데...... 뭐가 옳은 건지... 암튼 헷갈려요.

 부모 : 좋은 성적 받아 잘되면 신앙생활도 잘하게 되지 않을까요?

 자식이 잘되길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잘 자라서 신앙생활 잘하고 사회생활도 잘했으면 하죠. 그러려면 좋은 대학엘 가야 하니 우선 좋은 성적을 얻어야죠. 요즘은 워낙 다들 열심히 하니까 조금만 방심해도 아슬아슬... 그러다 보니 시험 기간에 하는 시험 대비 수업에 빠질 수가 없어요. 우리 애만 안 들어서 성적이 안 나오면...... 평소에는 신앙생활을 잘해 왔으니까 시험 기간 때만은 괜찮지 않을까요?... 아이가 수업을 못 들어서 행여 한 문제라도 더 틀릴까 싶어 불안해서 학원 가지 말란 말을 못하겠어요.

Advice : 성숙한 신앙과 인격으로 '공부도 잘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성공합니다

 요즘은 명문대 진학과 대기업 취업이 학생이 획득해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인식되는 세상입니다. 이런 사회분위기 안에서 신앙생활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일이 자칫 당위나 교조적 선언으로만 들릴 수 있기에 사목적으로 설득하는 일 역시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오죽하면 성당의 교리교사들마저 청소년 미사에 참례한 고3 학생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너 무슨 일 있어?","혹시 대학 포기했니?"라고 물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살레시오 가족의 창립자 요한 보스코 성인은 이러한 미래가 올 것을 미리 내다보셨는지 고민하는 우리를 위해 '학업에 성공하기 위한 아홉 가지 비결'도 남기셨습니다. 그 첫 번째가 이것입니다. "공부 잘하기 위한 첫 비결은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지혜는 하느님의 지혜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도움 없이 어떻게 학업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정욕으로 마음이 동요되고 있을 때 어떻게 공부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겠습니까?"
 이 가르침을 접하면서 저는 김연아 선수가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녀에게도 한참 슬럼프에 빠져 심신으로 고통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어려움 중에 만난 신앙은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 누구도 감당키 어려운 강도 높은 훈련과 세계대회가 주는 중압감 속에서 10대의 소녀 김연아를 흔들림 없이 자신의 꿈과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것이 신앙입니다.
 교육학과 학습이론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강한 동기부여와 집중력, 끈기와 인내심입니다. 신앙은 당장의 학업목표가 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삶의 목표를 분명히 제시해 줍니다. 세상에는 공부만을 최고라고 믿으며 공부를 신격화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공부 자체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공부는 단지 행복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요. 하느님께 대한 확고한 믿음은 공부와 인생의 목표를 분명히 하도록 도와줍니다. 또 신앙의 은총으로 내적인 힘을 기른 학생은 흔들림 없이 자신의 본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입시의 중압감에 흔들리거나 실패했을 때, 보충수업이나 학습테크닉이 학생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신앙은 그 어떤 좌절상황 안에서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되어 줍니다. 신앙을 가진 어른들은 이미 체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적 성숙 없이 '공부만 잘하는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성숙한 신앙과 인격으로 '공부도 잘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성공합니다.

- 유명일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