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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난과 칭찬이 미치는 영향” (살레시오 가족지 102호 게재)

박은미 |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 교수, 품 심리상담센터 원장

 

 

최근 들어 서른살 전후의 청년들이 상담실을 찾는 일이 부쩍 늘었다. 부모님의 의뢰도 있지만, 친지의 소개를 받고 자발적으로 찾아온 내담자가 많다. 이들이 상담하고 싶어 하는 내용은 놀랍게도 부모님과의 관계 개선이다. 부모님이 어떤 분이라 생각하는지 한두 마디 말로 표현해 보라 하면,‘ 잔소리꾼’으로, 부모님으로부터들은긍정적인 지지나 칭찬의 말을 기억해 보라고 하면 별로 들은게없거나,“ 잘했다”정도라고대답한다. 나또한 부모 입장에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나는 어떤 부모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곧바로 뒤돌아보게 된다.

성인이며 부모인 지위에 있는 분들은 자녀와 비교하여 자기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 보니, 칭찬받아 마땅한 일은 당연한 일로 여기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나 실수한 일을 꼬집어내고 비판하는 일에 더 능숙하다. 그러나어려서부터 공감적 지지나 인정보다 비교와 지적, 비판의 대상이 된 자녀들은 어떤 성인으로 성장하게 될까. 상담실을 찾은 청년 내담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일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힘들어하고, 어떤 일을 시작해도 오래 집중하지 못해 직장을 옮기는 일이 잦으며, 심리적으로는 대인관계상의 불안증을 갖고 있었다.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기 삶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가족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관계 맺는 방식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심리학자들이 정리한‘관계를 해치는 일곱 가지 행동’을 보면, 비난(비판)하기, 탓하기, 불평하기, 잔소리하기, 협박하기, 벌주기, 회유하기이다. 이 가운데 비난(비판)하기는 관계에 가장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다.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또 건설적이든 아니든, 비난하기는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기대에 맞게‘개선’시키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에 대해 통제력을 지니려는 행동이지만, 바로 그 행동 때문에 관계를 훼손하게 되면서 실제로는 통제력을 얻기는커녕 잃고 만다. 특히 부모-자녀 관계에서 비난하기는 가장 중요한 관계의 훼손이라는 차원에서 부모나 자녀 어느 쪽도 바라지않았던 가장 고통스러운 결과를 낳을 뿐이다.

 

이와는 반대로,‘관계를 성장시키는 일곱 가지행동’도 있다. 경청하기, 존중하기, 수용하기, 믿어 주기, 격려하기, 지지하기, 협의하기이다. 이런 긍정적인 행동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칭찬은 사람과의 친밀한 사랑과 소속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므로 긍정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 부여 요인이 된다. 부모의 칭찬은 자녀가 한 일, 혹은 자녀가 하기로 결정한 일이 바람직한 일이며 주변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한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는 일이며, 하지 말았으면 하는 일을 자녀가 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람의 표현이기도 하다. 따라서 칭찬이 이런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①자발적이고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하며 ②자녀 수준에 맞추어 시의적절하게 표현해야 하고 ③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런데 부모가 하는 모든 칭찬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행동을 자녀에게 하게 할 의도가 담긴 칭찬은 결국 자녀를‘조종하는(manipulative)’결과를 낳게 되어 부모-자녀 관계에서 파괴적으로 작용한다. 부적절한 칭찬이 지닌 함정은 다음과 같다. ①자녀가 한 행동이 부모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좋은 영향을 미쳤는지를 표현하기보다, 건성으로‘잘했다’정도의 말로 표현된 칭찬은 자녀에게 부모가 마치‘뭔가 선심 쓰거나’, 칭찬받는 사람이 칭찬을 해주는 사람보다‘열등하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②자녀들은 훌륭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부모가 그 행위를 칭찬하면 부모가‘바라는 행동을 조장한다.’는 느낌을 주어 자녀는 당황하거나 불편해 한다. ③어떤 칭찬은 부모가 자신의 명령에 자녀가 잘 따르는지 감시하거나, 자녀에게 매우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암시만을 주어, 부모-자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보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부적절한 칭찬이나 과잉 기대가 실린 칭찬을 받으며 성장한 자녀는 오히려 눈치 빠르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부모들은 자녀와의 관계가 불편해지고 있는 데도 자녀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할애 할시간이나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거나, 별 문제 아니라는 식으로 문제를 호도한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다거나, 노력해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는 식으로곧바로 포기하려 들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 관계에서 갈등의 핵을 파악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는 사람은 주로 내면의 건강성을 지닌 사람이다. 기꺼이 상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그러하듯이, 갖가지 주저를 떨쳐 버리고 자신의 잠재력을 찾아 나서려는 시도가 힘이 있는 이유는,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건강한 삶과 관계를 위해 도모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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