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 원하는 대학에 가려면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친구들과는 나중에 어울려도 되지 않나요?

  정말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요!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고 그래야 대우도 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하잖아요. 그러려면 성적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하는데 그 정도에 오르려면 온종일 공부해도 부족해서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어요. 때론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제가 원하는 걸 이루기 어려울 것 같고 불안해져서 싫더라고요. 힘들긴 하지만 선생님이나 엄마, 아빠가 저를 자랑스러워하시니까, 지금은 입시 준비 열심히 해야니까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 대학 가서 해도 되지 않을까요?

부모 : 성적 좋고 머리 좋은 우리 아이, 이대로 괜찮은 건가요?

  우리 아이, 아이치고는 굉장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 일을 독립적으로 해 나가는 편입니다. 성적도 상위권이라 선생님들과 주위 어른들에게 칭찬도 자주 받으며 자랐죠. 하지만 자기 일 외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서 그 이후의 인생까지 모두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일류대 출신의 고위직 임원들이 큰 위기에 봉착해서 자살을 택하는 뉴스를 들을 때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요즘들어 좋은 성적만이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진 못한다는 생각을 자주해요. 한참 크는 나이에 공부만 강조했던 게 잘못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어린 나이에도 스스로 할 일을 계획하고 해내려는 노력은 대견하지만, 그것 외에는 관심도 없고 친한 친구도 없는데 이대로도 괜찮은 건지 걱정이 됩니다.



Advice : 관계 형성에 더욱 무게를 둬야

  성적은 우수하지만, 또래와의 관계 형성에는 서툰 학생들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교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독립적으로 자기 일을 해내는 아이들은 기특하지만, 어른들의 칭찬과 기대 속에서 자라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관계 형성을 뒷전으로 한 아이들은 학창 시절에 또래 관계를 통해 체득되었어야 할 상황 대처 능력, 문제 해결 능력, 분노 조절 능력 등이 부족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돼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거나 갈등에 대해 남들보다 더 큰 정서적 압박감을 느낄 수 있고, 그 때문에 무기력감을 느끼게 되면 우울증에 빠지거나, 심하게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있습니다. 또는, 사회적 명성과 책임을 갖게 되었을 때 인간관계는 고려하지 못하고 자신이 살아온 방식대로, 목표와 성과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감으로써 오히려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의 인성교육 못지않게 부모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대화 중에 ‘그게 아니고’ 하면서 대화의 흐름을 끊는 경향이 있고, 친구들과의 대화가 분쟁으로 이어지는 일이 잦은 편입니다. 이는 관계형성의 미숙함을 보여 주는 일면이므로 공부를 강조하는 만큼 또래와의 관계 형성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아이들이 성적과 성과 중심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감정과 정서 부분이 결핍되지 않도록 이끌어줘야 합니다.
  우선 아이가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사회적 지지란 교사, 부모 그리고 친구 등 아이들이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의 지지를 받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지지는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기댈 곳이 되어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부모는 자신의 눈에 자녀가 아슬아슬하게 보일지라도 그것을 지켜볼 수 있는 용기를 지녀야 합니다.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청소년기에 겪는 갈등 상황은 아이를 내적으로 튼튼하게 합니다.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학교 측에서 면죄부를 준다거나 부모가 나서서 대신 해결한다면 아이는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기회를 놓칠 뿐만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친 불균형한 인성을 갖게 됩니다. 진정 자녀의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부모는 자녀를 위해 이런 ‘용기’를 보여 주어야겠습니다.
                                                        - 정복희(상담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