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깨끗, 마음도 깨끗, 환경도 깨끗.' 많은 살레시오 학교에서 교훈으로 사용하는 표어다.
몸과 마음, 환경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닦는 것이 인격 수양의 시작이고 그 기본적인 행위가 청소다.
즉 자기 때문에 어지럽혀진 자리를 바르게 되돌려놓는 청소야말로 가정 및 학교교육의 출발점이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근본이라 하겠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 편집부

 
자녀 : 전 그냥 가만 있는게 도와주는 거예요

 귀찮아요. 먼지 나고. 가끔 학교에서 교실 청소는 하는데 그걸 왜 우리한테 시키는지 모르겠어요.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도 있으니까 저희가 하는 것보다 그분들이 잠깐 해버리는게 훨씬 깨끗하잖아요.
물론 아줌마 혼자 하시기에 좀 버겁겠지만 그럼다른 사람을 더 뽑으면 안되나요?
방청소는 엄마가 잔소리할때 좀 하긴 하는데 솔직히 그럴 때마다 진짜 짱나요. 내 방인데 더럽든 말든 엄마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그래도 잔소리 듣기 싫어서 하긴 하는데 그것도 엄마 눈엔 맘에 안 드나봐요. 청소하랬더니 더 어지른다고 화내면서 결국 엄마가 다해주죠.
그럴 거면 처음부터 엄마가 직접 하면 되지 잔소리는 왜 하는지 몰라요. 솔직히 전 그냥 가만 있는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부모 : 제가 해 버리는 게 더 속이 편해요. 그렇지만...

 청소를 스스로 하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제 방조차 치우질 않아요. 어지르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아이가 좀 더 어렸을 땐 잔소리도 하고 그랬는데 고등학생이 되자 학교 끝나서 학원 가고, 다녀오면 옷 벗을 기력도 없이 지쳐 버리는데 청소까지 시키는 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죠.
그냥 제가 해 버리는 게 저나 아이에게 더 편해요. 그래도 이게 반복되다 보니 아이는 점점 손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아요. 옷이니 뭐니 죄다 아무 데다 벗어 놓고 봤던 책은 그대로 던져 놓는 건 예삿일이랍니다. 물건만이라도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누누이 강조해도 결국 제가 다 치워 준다는 걸 알아서 그러는지 듣는 척도 하지 않아요.
힘들게 청소기 돌리고 있는데 누워서 핸드폰이나 보고 있고, 심지어 시끄러우니까 자기 없을 때 하라고 짜증을 낸다니까요! 그럴 때면 제가 애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Advice : 사소한 것부터 차근차근 습관들이기 연습을

 엄마가 어질러진 집안을 청소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옆에서 TV를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직 어리지만 제가 갖고 논 장난감은 스스로 치우게 해야 되겠다고 마음 먹은 엄마는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엄마 청소하니까 너희들도 같이 해야지? 갖고 논 장난감 제자리에 갖다 놓으세요!"라고 했더니 큰애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엄마!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대요." 우스갯소리이지만 정말 '어지르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따로'인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우리 실상을 꼬집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모의 청결 기준은 아이보다 더 높기 마련입니다. 건우 학생 말처럼 가끔 스스로 제 방을 치우긴 하지만 결국 엄마가 나서서 해 주고 마는 일 역시 엄마의 기준을 아이가 좀체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청소를 교육적 차원으로 생각지 않는 부모들은 아이의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을 당위를 찾지 못하기에 서로에게 편한 방식만을 택합니다. 게다가 요즘엔 중고등학교에서조차 청소용역업체의 도움을 받는 곳이 많아져 교실을 제외한 제반시설 청소는 학생의 손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되었습니다.
제도의 장단점은 차치하고 보자면, 성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편리와 효용성에 의해 아이들의 활동 영역이 제한되어 버린 셈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가르쳐 줘야 하는 건 '비질'이 아닐 것입니다. '비질'을 통한 자기 수양적 덕행과, 함께 살아가는 이에 대한 배려심을 길러 주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비록 서툴지라도 과정에 의미를 담아 아이를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즉 간단한 룰을 정해 놓고 이것만은 스스로 해야 함을 주지시켜 주는 겁니다. 예컨대, 쓰레기는 반드시 쓰레기통에 버리기부터 시작하여 분리수거, 책상 주변을 가볍게 정리하는 일 정도면 충분합니다. 잘 안되더라도 윽박지르거나 강요는 하지 마세요. 대신, 실천했을 땐 '고마워!'란 말로 보답해 주시고 격려와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네 행위로 인해 엄마를 비롯한 주변인들이 행복하다'는 걸 알게 해 주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잘 정돈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 아이는 자신은 물론 주변을 맑고 깨끗하게 합니다. 아이들에게 '비질'을 시키는 건 깨끗한 환경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이 동시에 성숙한 전인적 인간으로 기르는 일임을, 그런 사람들로 가득한 진정 맑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김안나(상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