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꿈을 설계하는 학교

                                                      - 현월심 수녀 (살레시오여자중고등학교 교장)



글쓰기를 통한 치유, 그리고 새로운 꿈

  “저 기억하세요?”
  고3 학생들을 위한 미사가 끝날 무렵 영성체 후 묵상을 하기 위하여 내 옆에 앉은 학생이 질문을 하였다.
  “너, 민지구나? 시험 잘 보렴.”
  “저 벌써 수시 합격하였어요. 그런데 제 십대를 마무리하면서 수능은 볼 거예요.”
  “축하한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수고했다.”민지의 만족한 미소를 보며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어느 날 자퇴하겠다면서 교장실에 찾아왔던 민지가 청소년기의 성장의 아픔을 잘 이겨내어 수능도 보기 전에 대학에 합격한 것이다.
  민지는 2학년이 되면서 사춘기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다. 다른 학교에 진학한 중학교 때 단짝 친구가 자살을 하면서부터 그 충격으로 민지는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한동안 청소년들의 성적 비관 또는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의 자살로 학교와 사회가 시끄러웠다.
 “우리 반에 자살 충동을 느끼는 학생이 있어요. 학교에 오다가 사라져요. 왜 학교에 오지 않았는지 물으면, 얼마 전 죽은 친구가 “함께 죽자”라고 핸드폰에 메시지를 보낸다고 합니다. 담임으로서 불안하여 이 학생을 지도할 수 없습니다. 교실에 없어서 어디에 갔나하고 찾다 보면 학교 옥상에 있어요.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친구가 올라오라고 했답니다. 그러다가...혹시...!?”
  담임선생님은 무척 걱정이 되는 듯하였다. 그래서 민지의 부모를 만나 정신과에서 통합검사를 받고 상담치료를 받도록 권하였더니 펄쩍 뛰면서 사랑하는 딸을 정신병자 취급한다고 매우 기분 나빠 하였다.
  그러나 결국 학교 상담교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상담치료를 받게 하는 한편, 친구의 자살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지에게 국어교사가 글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도록 권했다. 일상의 삶에서 느끼는 느낌이나 생각을 글로 표현하도록 돕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국어교사는 민지의 글에서 민지가 글쓰는 능력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는 글을 쓰기 시작한 민지를 글쓰기 대회에 내 보냈고, 민지는 글쓰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 상은 민지에게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게 하였고, 민지는 이를 계기로 습작에 몰두하기 시작하였다. 학교 성적은 별로 우수하지 못하였으나 시를 쓰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민지는 기쁘고 행복하였다. 학교 생활이 재미있어지고, 하늘나라로 간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글을 통하여 극복하고 승화하여 아름다운 시를 쓰게 되었다. 민지가 고3 수능을 준비하면서 조용해지자 민지에 대한 걱정과 관심은 잠잠해졌다. 그런데 고3 미사에서 영성체 후 묵상 글을 써서 여고 시절을 마무리하는 글을 읽는 민지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사춘기 아픔을 잘 극복한 민지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마음이 뭉클했다.
  모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 수시합격을 한 민지가 말했다.
  “저 대학에 합격했어요.”


청소년들의 꿈 설계를 도와준 돈 보스코

  요즈음 청소년 문제가 심각하다. 청소년 자살, 학교 폭력, 청소년 인권과 교권의 갈등 등 오늘날의 청소년 문제가 마치 학교 문제처럼 뉴스의 중심 주제가 되고 있다.
  돈 보스코 시대에도 청소년 문제가 심각했었다. 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일자리를 찾아서 토리노에 몰려온 청소년들이 노동에 착취당하고, 정당한 보수도 못받았을 뿐만 아니라, 공부할 학교도 없었다. 그런 그들 사이에 도둑질, 거짓말, 폭력은 이루 말할 것 없었다.
  그런 사회 현실 속에서 교회 안에서도 교육자들과 성직자들이 그 시대의 청소년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 대책 중 하나가 ‘오라토리오’였다. 돈 보스코는 주일학교를 열어 함께 뛰어놀고, 교리를 가르치는 동안 그들이 처한 열악한 비교육적 환경의 위험을 알아채고, 기숙학교를 연다. 그 이유는 교육을 통하여 그들을 구원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돈 보스코는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청소년들의 적성과 소질에 따라 전인적 성장과 인권을 찾아 주어 그들이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도왔다. 악에 기울어지기 쉬운 열악한 사회 환경 속에서, 예방교육을 통하여 청소년들 안에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성장시켜 각자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설계하도록 도와 그들이 정직한 시민이요 착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꿈을 꾸는 자와 꿈꾸지 않는 자의 차이 

  요즈음 학교 현장에서는 청소년들의 방황, 재수생 문제 등 병리적인 청소년 교육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따른 진로 진학 지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 학교에 진로 진학 상담교사를 배치하는 등 청소년들의 적성과 소질에 따른 진로지도를 위하여 많은 학교들이 학생들의 꿈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갖는 청소년은 성장의 아픔과 방황을 건전하게 극복할 수 있다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다. 이에 따르면 ‘꿈을 갖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1974년, 미국에 이민 온 한 가난한 청소년은 늘 책
상머리에 세 가지 꿈을 적어 놓았다고 한다. 첫째, 나는 영화배우가 될 것이다. 둘째, 나는 케네디가家의 여인과 결혼할 것이다. 셋째, 나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될 것이다. 이 사람이 바로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왈제네거이다. 그는 정말 자신의 꿈처럼 영화배우가 되었고, 존 F. 케네디의 조카, 마리아 슈라이버와 결혼했으며, 2003년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되었다. 가난한 이민자를 주지사로 만든 힘은 그의 ‘꿈’이었다. 또한 꿈은 두 명의 탐험가의 운명을 다르게 만들었다.
  로버트 스콧Robert Falcon Scott(1868-1912)은 1911년 남극 대륙에 도착하였는데, 9개월 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다. 1912년 11월, 눈 속에서 발견된 스콧의 일기장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쓰여 있었다. “우리는 신사처럼 죽을 것이며…….” 모든 꿈이 사라진 스콧과 일곱 명의 모든 대원은 사망하였다.
  어니스트 섀클턴Ernest Henry Shackleton(1874-1922)은 79일간 햇빛을 볼 수 없는 남극의 영하 40도 혹한 속에서 식량도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지옥과 같은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섀클턴과 27명이 대원들은 절망과의 악수를 거부하고 ‘꿈’에 손을 뻗었다. 구조선이 내일 도착하는 꿈, 대원 모두가 살 수 있다는 꿈, 가족과 난로에 모여 앉아 있는 꿈, 결국 조난당한 지 1년 7개월 만에 전원 무사 귀환하였다. “나와 대원들은 남극 얼음 속에 2년이나 갇혀 살았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꿈을 버린 적이 없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차이는 ‘꿈’이었다. ‘꿈’의 차이가 행동의 차이를 낳고 판이한 결과를 낳았다.


도미니코 사비오에게 준 돈 보스코의 선물

  돈 보스코를 찾아 온 도미니코 사비오도 꿈을 꾸었다.
  “저는 성인聖人이 되고 싶어요.”
  교육자 돈 보스코는 그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그 꿈의 설계를 도왔다.
  “네가 성인이 되고 싶다면, 항상 기쁘게 지내고, 네 임무인 공부를 열심히 하고, 친구들이 착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라.”
  도미니코 사비오는 돈 보스코의 조언을 받아들여 자신의 꿈인 성인이 되었다.
돈 보스코 예방교육을 실현하는 살레시오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이 꿈을 설계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기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