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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아동 학대 사건이 연이어 보도되는 가운데, 언니네 가족과 함께 지내며 아픈 언니와 어린 조카들을 돌보던 이모가 세 살짜리 조카를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로 걷어 차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추가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사건 이면에 감추어진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숨진 아이는 가해자의 조카가 아니라 형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낳은 친자였다. 가해자는 2013년 말부터 언니네 가족과 함께 거주했고, 언니와 형부 사이에는 생후 2개월 된 아이 등 4남 1녀를 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모는 숨진 아이뿐 아니라 더 어린 두 아이도 형부의 성폭행으로 낳은 아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혐의를 일부 인정한 50대 형부는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이 여성이 왜 반복적인 학대 상황을 벗어나지 않고 몇 년 동안이나 함께 생활했는지 심층 조사가 필요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언론은 더 이상의 탐사 보도를 하지 않았다.

 

 

 

아동 학대의 근본 원인과 대책

 

       이 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아동 학대가 일어나는 가정에는 성인 양육자가 가족 구성원에게 휘두르는 ‘폭력’이 감춰져 있다. 물론 폭력의 우선 피해자는 ‘매 맞는 배우자(대부분 여성)’이다. 폭력과 학대 피해자 가운데 상당 비율의 사람들이 혼인(동거)생활을 그대로 유지한다. 장기간에 걸쳐 폭력에 노출되면서 자존감이 형편없이 낮아진 탓에 혼자서는 가족을 부양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가해 배우자를 떠난다 해도 결국 아이들마저 잃고 더 불행해질지 모른다, 심지어 목숨까지 위태로워질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끈질기게 참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 사태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폭력과 그로 인한 공포는 그저 견디면서 막연한 희망을 품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폭력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발전되고 연장된다.

 

가정 내 학대와 폭력은 여성/아동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힘을 가진 사람(주로 남성)’의 소유물로 대상화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문제다. 성의 불평등(gender inequality) 문제는 법과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개선되어 가고 있지만,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가정 안에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 가정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폭력을 학습하여 폭력이 대물림되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만든다. 따라서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을 한 개인의 문제에서 성의 불평등과 왜곡된 성 고정관념에서 발생되는 사회적인 문제로 전환시켜야 하며, 동시에 폭력 피해자(주로 여성과 자녀)를 지원하는 데 더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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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절제한 언론 보도의 문제

 

       아동 학대 사건과 관련하여 짚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언론 보도 태도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이 집중 보도된 2015년 1월,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지상파와 종편 채널의 뉴스 132개를 분석하여(1월 13일부터 20일까지) 미디어의 선정성, 폭력성이 도를 넘어섰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정 내 아동 학대 사건들의 보도 역시, 5학년 아동 탈출 사건 이후인 올해 2016년 초에 집중적으로 보도되더니 어느 시점부터는 보도 자체가 줄었다.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한 무절제한 언론 보도가 시민에게 끼치는 영향을 몇 가지 살펴보자.

 

       첫째, 개인의 불안 심리를 증폭시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동 학대 관련 부정적인 보도를 접하면서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은 내 아이만 안전하게 보호하면 된다는 상대적인 만족감에 안주하고 공동체 전체의 물리적 ‧ 심리적 건강성에는 무관심해진다.

 

       둘째,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불신과 지역적 차별을 조장한다. 무상보육제도의 실시로 전업주부들이 보육료를 받기 위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그러다보니 질이 떨어지는 보육시설과 보육교사가 늘어났다는 식의 비난성 보도는 전업주부의 실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낳고, 전업주부인 엄마와 일하는 엄마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또 사건 발생 지역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특정 지역을 낙인찍는 효과까지 낳을 수 있다.

 

       셋째, 정치권과 언론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 사건 책임자인 당국과 정치권이 실효성 없는 대책을 관행적으로 내놓는 데도 언론은 검증도 하지 않은 채 보도를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서, 시민들은 당국과 언론이 아동 학대 근절에 관심이 있다기보다 선정적인 이슈에 시민들의 시선을 끌게 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품게 만든다.

 

       다른 나라에서는 자살이나 폭력, 학대 같은 부정적인 사건을 보도할 때, ‘하지 말아야 할 내용’과 ‘가능하면 포함시켜야 할 내용’을 구분하는 보도 원칙 준수하도록 권고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보도 윤리가 없을 리 없다. 언론이 진정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반복하는 선정적인 보도 방식에서 벗어나, 아동 학대가 잘못된 선택임을 강조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그래야 미디어가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감시하고 좋은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리는 순기능이 아니라,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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