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5 09.08.28.jpg

 

 

         2015년 12월 말,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친아버지와 동거녀가 열한 살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밥도 제대로 챙겨 주지 않는 등 2년 동안 감금하고 학대해 온 사실이, 소녀가 가스 배관을 타고 탈출한 후 가게에서 빵을 훔치다 주인에게 들키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5학년 아동이라고는 믿기 힘든 정도의 왜소한 체격이던 소녀는 구출된 뒤 체중도 늘고 표정이 밝아졌으며, 친부에게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동 학대 관련 전수조사


       이 사건 이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초등학교 5900곳을 대상으로 아동 학대 등으로 인한 장기 결석 사유가 있는지를 현황 파악에 나섰다. 5학년 피해 학생도 2년 동안이나 학교에 가지 않았지만, 학교나 지자체 기관 어디도 아동에 관한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동 학대의 경우 그동안 ‘선신고 후조사’ 방식으로 대응이 이루어졌던 것과는 달리, 전수조사는 좀 더 적극적으로 아동 학대 사례 등을 파악하고,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한 관리 대책을 마련하려는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전수조사 이후 하루가 멀다하게 드러난 아동 학대 상황은 충격적이었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초등학생 아들을 학대⋅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여 3년이나 냉동고에 보관해 온 사건(2016년 1월 16일 보도).
  • 친아버지가 딸을 다섯 시간이나 구타하여 사망하자, 시신을 이불로 덮어 10개월 동안 방치한 사건. 친아버지는 신학대학에서 겸임교수와 개척교회를 맡고 있는 사람으로, 목사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에 더 큰 분노를 불렀다(2016년 2월 3일 보도).
  • 스물두 살 동갑내기 부부가 게임 중독에 빠져 생후 2개월 된 딸을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2016년 3월 10일 보도).
  • 친부와 계모가 일곱 살 아동에 대해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밥을 굶기고 화장실에 가둬 놓는 등 학대해 오다, 아동이 사망하자 암매장한 사건. 부모는 아동이 거리에서 실종되었다고 발뺌하다가 범죄 사실이 드러났다(2016년 3월 12일 보도).

 

       사건들의 공통점은 학대 행위자가 모두 친부모라는 점이었는데, 2014년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신고된 아동 학대 사건 가운데 80% 이상의 행위자가 부모였다(아래 도표 참조).


       2015년에 발생한 아동 학대 판정 건수는 1만1709건으로 2014년(1만27건)보다 16.8%나 증가했고, 5년 전인 2010년(5657건)에 비해 2.1배나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아동 학대 신고 의무가 강화되어 아동 학대 발견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데, 이조차도 실제 발생하는 아동 학대보다는 크게 적은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동 학대 사건 10건 중 8건의 가해자가 부모여서 학대 사실을 숨기면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아동 학대 신고비율이 29.3%로 미국(58.3%), 호주(73.3%), 일본(68.0%)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아동 학대는 밝혀진 사건의 몇 배가 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2016-09-25 09.07.29.jpg

 

 

 

 

아동 학대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


       엽기적인 친자녀 학대 사건들이 보도되면서 아동 학대 신고의무와 정부 차원의 아동 보호 시스템 재정비 필요, 궁극적으로는 친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가 왜 이토록 증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본다.


       1) 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 아동을 학대한 가정(부모)에는 빈곤, 알코올이나 게임 중독, 건강, 장애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또 가해자 가운데는 어린 시절에 부모(계부모/양부모 등)로부터 학대당한 경험을 털어놓은 사람이 많았다고 하는데, 통제당한 경험이 학습되면서 자신의 행위는 자녀에 대한 훈육 방식의 하나였다는 핑계를 대며 죄의식조차 갖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자녀를 학대⋅살해⋅유기하고도 가정 밖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생활을 하는 등, 병리적인 심리 상태를 보이는 것 역시, 양육 과정에서 배운 대로 행동한 것이니, 책임은 자신을 양육한 사람에게 있다는 식의 핑계가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아니라, 자기 행위가 적절하지 못했음을 깨닫고 책임을 지는 방법을 배우는 상담적 개입이 절실하다.


        2)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긴요하지 않을까 :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언급하셨듯이, 신자유주의 경제체계가 전 세계에 파급되면서, 우리나라는 더 빠르게 무한 경쟁과 힘(power) 만능의 사회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사회 상황에서 시민들은 힘을 가진 편에 굴종하거나, 반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 많은 힘을 갖겠다는 태도를 내면화하게 된다. 사회가 힘을 가진 세력 중심으로 굳어질 때 최우선으로 피해를 보는 존재는 아동과 여성, 장애인 등의 약자일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가 윤리적 가치와 행동을 드러내는 패러다임을 수용하고 변모하지 않는 한, ‘힘없는’ 아동들에 대한 학대, 폭력 행위가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