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행복해지려면

가족 유대에 대한 결손이 아동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요즘. 부모가 자신과 더 많이 시간을 갖고, 
놀아주는 일 
그리고 부모가 서로 사이좋게 지냄을 통해 아동은 그 자체로 무한한 위로를 받고 마음이
든든해질 것이다. 또한, 아동이 건강하기 위해서 먼저 보육자의 건강과 행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 박은미 품 심리상담센터 원장


 요즘 들어 ADHD(집중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거나 그 증상이 우려되는 아동에 대한 상담 문의가 늘고 있다. 아동마다 양태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보육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동의 상황을 점검해 보면, 대체로 아동들에게는 보육자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사례 하나를 만나보자.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ADHD 진단을 받고 한 달 정도 약물치료를 받았습니다. 
  약을 오래 먹이면 안 될 것 같아 이제는 약
을 끊고 근처 복지관에서 미술치료를 다니는데, 
  주위에서 상담
을 지속해서 받는 게 좋다고 해서 문의드립니다. 제 가정 사정이 좀 복잡해서 현재 아내와 
  이혼 수속 중이고, 아들은 제가 키우려
고 합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제가 상담이나 부모 교육 등에 참여하면 
  좋겠지만 아이를 맡길 곳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않
아 부담스럽습니다. 아들은 학교에서 오전 2시간은     일반 학급에서 공부하고, 2시간은 단독 수업을 받습니다. 속 모르는 남들은 제 아이가 학교 측으로부터 별도     의 배려를 받고 있으니 좋겠다고 하는데, 저는 일반 학급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게하고 싶어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킬까 합니다. 아이가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이나 캠프 같은 데가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 김명우(가명), 30대 후반 -

 
 
 사례에 나온 아버지처럼 요즘 부부가 거의 맞벌이이고,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아이를 혼자 키우는 부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보니, 가족 유대에 대한 결손이 아동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아동이 느끼는 심리 증상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전화 문의 후 실제로 아동이 상담에 참여하는 경우는 반 정도인데, 아동을 만나 보면 낯선 환경에 놓인 초반에는 회전의자를 빙글빙글 돌리거나 끊임없이 두리번거리고 이야기 도중에 엉뚱한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든가 하는 특징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잘 받아주면서 상담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아동은 곧 차분해져 자기 이야기를 잘 풀어나간다. 수다쟁이다 싶을 정도로 
달변인 아동도 꽤 많다.



 ADHD 아동이 거의 초등 저학년생이니 상담 첫날은 대체로 보육자가 따라온다. 따라서 상담 첫 회기는 아동과 보육자가 일상적으로 서로에게 얼마나 관심을 두고 이해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진다. 보통 보육자가 아동보다는 상대에 대한 이해도가 약간 높은 편이지만, 보육자는 아동이 자주 만나는 친구나 관심사가 무엇인지 생각보다 많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작지 않은 충격을 받는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도 충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것은 아동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부모가 자신과 더 많이 시간을 갖고, 놀아주는 일이다. 그리고 부모가 서로 더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란다.
아동은 보육자가 상담에 참여한 일 자체로부터 무한한 위로를 받고 마음 든든해 한다. 필자의 경우는 어떤 일로 상담에 참여하든 청소년(아동) 상담은 장기로 진행하지 않는다. 아동보다 보육자가 상담을 받도록 권한다. 상담이 진행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보육자는 대부분 상담에 응하고, 자신이 지니고 있는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자신에게 힘을 북돋우고, 아동과 더 좋은 관계 맺기와 소통 방법을 배워나간다. 아버지든 어머니든 조부모이든 가정 공동체를 꾸려나 가는 가정의 리더로서 전보다 더 자신감과 힘을 갖는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은 보육자가 전화로 자녀 상담 
문의를 해 올 때, 자녀의 문제만을 열거하면서 보육자 자신은 상담이나 교육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경우이다. 보육자가 특별한 문제를 지니고 있지 않은데도, 발달기 상의 특성상 청소년 자녀는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물론 여기서 문제라 할 수 있는 것도 어른의 시각에서 볼 때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자녀가 지닌 심리적인 문제는 가족 전체의 역동으로부터 영향을 받
는 것이므로, 자녀 한 사람만이 아닌 가족 모두가 대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담이나 교육을 제안받은 보육자는 시간을 내기 어렵다거나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등의 나름 ‘합당한’ 명분을 내놓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담자의 제안을 자녀의 문제가 보육자 자신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말로 청취하면서 제안에 응하기를 꺼린다. 보육자와 아동간의 관계의 질이나 역동은 고사하고, 그저 아동이 드러내는 ‘문제’만 치유하면 된다는 태도이다.

 우리나라 청소년(10~19세)의 사망률은 교통사고-자살-암-익사 사고-심장 질환 순으로, 자살은 청소년 사망 
원인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 예년보다 청소년 자살률 자체가 매우 증가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하고 싶다고 생각한 비율은 다른 어느 연령대보다도 높아지고 있다고 하니, 더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청소년기는 인생 어느 시기보다 누군가에게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에 ‘인간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관계의 양이나 질, 그리고 영향력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청소년 자살 유발 요인이 부모 사이의 불화, 부모-청소년 자녀 관계상의 불화, 부모의 이혼이나 사별, 친구 관계에서의 불화 등 가족이나 청소년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 사이에서의 갈등과 불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역시 이런 청소년기의 특징을 반영한다.

 
 청소년이 미래 사회의 주역이고 꿈나라고 자주 일컫지만,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그런 메시지를 실감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는지 반성에 반성을 거듭해 본다. 자살을 비롯한 각종 청소년 문제가 발생한 뒤 대처하기에 급급하기보다 미리 예방하는 어른들의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청소년이 건강해지려면 우선은 보육자 자신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 보육자인 우리 어른들 자신의 정신 건강을 살피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은 한 해를 보내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