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난 자녀의 문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 행동'을 줄이기는커녕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 중요한 것은 자녀가 얻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일. 자녀의 마음속에 담긴 '진짜 원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박은미 품 심리상담센터 원장

상담실을 찾은 부모들이 '문제'라고 모든 (아동) 청소년 자녀의 행동 목록들이다.

* 상황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쓰며 울기부터 한다.
* 엄마가 보지 않을 때 동생을 때리고 해코지를 한다.
*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이 있다.
* 집에서는 전혀 공부를 하지 않고, 잔소리를 해야 겨우 숙제라도 마무리한다.
* 눈에 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한다.
* 공부할 때 의자에 단 10분을 앉아 있지 못하고 들락거린다.
* 친구들과 싸워 부모 중 한 사람이 학교에 불려 가는 일이 잦다.
* 학원에 간다고 나가서는 PC방에서 놀다 온다.
*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
*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때가 없이 24시간 쥐고 산다.


 부모들은 자녀의 이런 행동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청소년들과 5분 만 이야기해 보면, 아이들도 그 상황에서 자기가 원하는 게 있기에 그런 행동을 한 거라고 술술 털어놓는다. "네가 원하는 걸 부모님께 직접 말씀드려 보면 어때?"라고 물으면, "말해도 안 통한다, 부모님이 하고 싶으신 대로만 해야 한다"는 게 아이들의 하소연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부모님의 행동은 '왜 그러시는지, 이해 안 되는' 일이다.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이 문제 행동을 하는 연유를 살펴보자.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 Alfred W. Adler(1870~1937)는 문제 행동은 아동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창의적으로 선택한 행동으로, 이런 행동 뒤에는 네 가지 바람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아들러 아동상담』, 학지사, 2006)

 ① 관심과 애정을 얻으려고 : 어릴 때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아픈대도 참다가, 집에 돌아와 엄마를 보고는 왈칵 눈물을 쏟았던 일과 유사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엄마에게 힘든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며 관심과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거다. 문제는 아이들이 긍정적인 행동을 했는데 부모로부터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 부정적인 행동을 해서라도 관심과 인정을 받으려 한다.

 힘의 우월을 추구하려고
 : 긍정적인 방법으로 관심과 애정을 얻으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써야 한다는 신념을 개발할 수 있다. 힘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이든 어른이든 자신감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 내면은 불안정하고 낮은 자존감을 갖고 있다. 내면의 힘이 센 아이는 폭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거나 자기 잘못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소극적인 아이는 게으름을 피우거나 잊어버리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공격을 하기도 한다.

 ③ 복수하거나 앙갚음하려고 : 사랑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느낌이 지속되면 복수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아이도 있다. 아이의 행동은 마치 어디 한번 당해 보라는 식으로 부모를 괴롭히는 것 같다. 소극적인 아이는 잘 삐치고 엄살, 변덕을 부리는 것에 그치지만, 적극적인 아이는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복수 행동을 드러낸다.

 ④ 불완전함이나 무능력을 가장하려고 : 복수하려는 시도조차 실패한 아이는 무기력을 선택한다. "내가 뭘 해 봤자, 잘되겠나", "실패하느니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며 주저앉는다. 주위 어른들이 아이의 행동을 형제자매나 친구들과 비교한 데서 비롯된 자기비하, 무력감은 아이에게 주어진 과업을 포기하는 자기 자신을 변명하는 행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부모가 보기에는 어딘가 '왜곡되어 있어' 좋은 효과를 내지 못할 것 같은 행동이지만, 자녀 편에서는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창의적으로 만들어낸 방법이다.
그런데 부모가 겉으로 드러난 자녀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야단을 치는 등으로 통제하면, '문제 행동'을 줄이기는커녕 더 증가시키거나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부모나 상담자의 역할은 자녀가 얻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일이다. 그러려면 자녀의 마음속에 담긴 '진짜 우너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 행동'은 내 아이가 성격이 이상해서나 심신 어딘가가 심각한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부모에게서 더 사랑받고 인정받고 부모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하나의 사인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는 '좋은 사람'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싶어한다. 기회가 주어지면 뭐든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니고 생활할 권리도 있다. 심신이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 그건 부모/어른의 몫이다. 부모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