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인 안주에서 벗어나, 세상을 몸과 마음으로 배우며 균형 잡힌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여행으로 청소년을 초대하자.

                                                                                                                                           - 편집부 -

 독일 속담에 "아이를 위한 가장 좋은 투자는 여행을 보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청소년 여행은 아이들의 자립심 모험심 도전정신 자율성 계획성 등을 길러주고, 새로운 환경과 풍물로 견문을 넓히며, 다양한 시각으로 균형 잡힌 사유의 터전을 제공하고, 가족과 나라의 소중함을 가르치며, 타인과 다른 문화에 대한 배려와 수용의 감수성을 길러 인간애를 발전시켜 준다. 청소년에게 전인적인 차원에서 성숙의 기회를 제공하는 더없이 좋은 교육 영역이고 활동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실의 우리 청소년들은 여행의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하며, 그들 자신도 여행이 지닌 가치나 필요성을 체험하려 하지 않고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여행하지 않는 아이들

 전문 여행인 김슬기 씨는 '여행과 청소년 교육'이 라는 글에서 고등학교 3학년 사촌 동생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제 사촌 동생은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어울려, 등산이나 여행을 갈 줄 몰라요.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도운다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을 줄도 모릅니다. 한마디로 너무 수동적이죠. 그저 학교 갔다오면 다시 독서실로 가는 생활을 기계적으로 반복할 뿐이에요."
 고등학교 1학년 딸을 둔 한 엄마의 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딸에게 '여름에 여행갈 건데, 네가 가고 싶은 장소나 하고 싶은 것 있으면 알아보고 엄마에게 말해 줘!'라고 해도 스스로 계획도 못 세우고, 가려고도 하지 않으니, 제가 시간표 하나하나를 짜 주고 계획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같이 여행을 가도 '재미가 없다'고 툴툴거리며 스마트폰에 빠져들고, 자주 신경질을 냅니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덤벼들려 하지 않고 시키는 것만 마지못해 하며, 그것도 뒤를 쫒아다니며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챙겨 줘야 하는 현실. 이 두 이야기는 현재 청소년들의 활동성을 대변하고 있다.


야외활동 No, 가만히 있기 Yes.

 "나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요즘 청소년들이 쉽게 하는 답은 "피로 회복과 일상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휴식"이다. 여행에 대한 이해가 이렇다면 굳이 여행을 계획하고 떠날 이유가 궁색해진다. 휴식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라면 여행이 아닌 다른 더 좋은 것이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2012년도 통계청의 자료가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청소년 여가 활동 실태'를 보면 여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2.5%뿐디ㅏ. 이에 비해 TV시청 20.9%, 컴퓨터 게임 및 인터넷 사용 32.4%, 스마트폰 사용 36.8% 등 '눌러앉아'서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공간에 "가만히 있으라"는 요구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되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붙박이 여가'가 어느새 청소년들을 감싸고 있다.
 여행과 같은 여가 활용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50.9%가 시간부족, 35.7%가 경제적 부담, 3.8%가 야외 활동을 좋아하지 않음 등이라고 앞의 통계는 밝히고 있다. 청소년의 사회 경제 심리 영성 등을 포괄하는 전인적인 삶에서 학습활동(학교, 학원, 과외)만 중요할 뿐, 다른 활동들이 파고들어갈 여지가 별로 없는 왜곡된 문화 속에 아이들이 살고 있음을 보여 준다.


"가만히 있으라."를 극복할, 떠나보는 경험

 여행을 반기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기를 선호하는 청소년은 당연히 세상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배우는 삶의 기회를 갖지 못하기 마련이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 그리고 여기에 맞물린 스마트 기기의 첨단화는 몸을 부대끼며 얻었던 것과 달리 앉아서 편리하게 세상에 관한 방대한 양의 지식과 정보를 얻고 즐기게 해 준다. 그러나 이것들에 대한 별도의 연습과 체험의 기회가 없다면 실제 삶에서 응용되지 못하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위기가 닥치고 거짓예언자가 "가만히 있으라."라 외칠 때 속절없이 당하더라도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다. 아이들이 탐구와 도전정신, 모험심과 돌파 의지를 갖지 못했으며 돌발 상황에 맞서는 대응능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음이 이번 가슴 아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머물며 배우는 일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이렇게 형성된 식견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고 한 곳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 한 아이가 성숙한 인간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함께 성장해야 하고, 지성과 함께 감성도 성장해야 한다. 타인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볼 줄 알고 타인의 생각에 공감하는 능력이야말로 네트워크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감성이다. 이를 기르기 위한 절대적인 조건은 자신의 위치를 떠나보는 경험이다. 타인의 위치와 입장에 섰을 때만 내 자리와 모습을 객관적인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나와 다른 타인의 생각을 이해할 근거를 마련하며 타인의 고통과 아픔 등의 감정을 공감할 능력이 생긴다. 청소년 무리에서 왕따, 집단 폭행, 착취 등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해 발생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증상이 급속하게 느는 배경에 이런 연유가 있다 하겠다.

청소년에게 여행을 선물하자!

 청소년들에게 '여행'이 절실한 때이다. 여행을 통해 스스로 안주하는 곳에서 나와 새롭게 다가오는 세상을 몸과 마음으로 배우고, 자신을 돌아보며 균형 잡힌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큰 사고가 났으니 수학여행 일절 금지!'라고 한다면 학생들에게 있는 그 나마의 유일한 기회마저 앗아가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 스스로 여행을 계획하게 하자. 계획하고 실행하는 가운데 자립심을 키울 수 있고, 자신의 살아가야 할 길을 재정립할 수 있기에 청소년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난관을 만나게 된다. 이를 해결함으로써 얻은 보람과 성취감은 청소년 성장에서 가장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과의 여행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는 '지도자의 적절한 동반'이다. 돈 보스코는 교육자에게 청소년과 함께하는 동반의 중요성에 대해서 자주 말씀하셨다. 제대로 된 동반은 청소년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돈 보스코의 교육 안에서 특별한 중요성을 지니고 있었던 '여행(소풍)'을 되살리며 청소년을 동반하는 노력을 기울이자.
 살레시오 가족이 이미 추진하는 여러 종류의 청소년 여행 프로그램(여행 겨울신앙학교, 수련회, 국제자원봉사단, WYD, SYDK 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며 나아가 이 시대에 맞는 폭넓은 여행의 자리를 마련하고 초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살레시오 청소년 여행학교' 등의 새로운 사목적 배려를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