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 관계, 경영자•관리자-직원 관계에서 통제하고 강요하고 힘을 사용하는 외부통제 심리학이 인간관계에서 낳은 결과는 무엇이기에 이를 피해야만 하는 걸까?

박은미 품 심리상담센터 원장 

 가정이나 직장 그 밖의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누군가와 말을 안 하고 지내고 있는 상황, 고립을 자초하는 상황이 있다면, 아마 다음 네 가지 가운데 하나와 관련될 것입니다.

 
 

           • 당신은 누군가에게 그가 거부하는 것을 하게 하려 든다. 어떤 때는 노골적으로 어떤 때는 우회적으로 당신은 상대에게                      당신이 원하는 일을 하도록 강요한다. 
           • 누군가가 당신에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강요하려 한다.
           • 당신과 상대가 서로에게 원하지 않는 일을 강요하려 한다.
           • 당신은 매우 고통스럽고 불가능해 보이는 어떤 일을 하도록 스스로에게 밀어붙인다

(윌리암 글라써,『행복의 심리』, 김인자 우애령 옮김, 한국심리상담연구소, 1998,14쪽)                   



 위의 네 상황에서처럼 흔히 우리는 내가 원하는대로 상대가 행동하게 만들고 싶어 합니다. 상대를 내 마음대로 통제하려고 힘을 쓰는 것입니다. 자녀를 '훈육'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훈육'에는 자녀가 부모가 원하는 행위를 하면 보상을 주고,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위를 하면 그 행위를 수정하기 위해 벌을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상담이론에서는 이를 '외부통제 심리학'이라 부릅니다. 자극-반응 이론, 상벌주의(당근과 채찍 원리) 등은 외부통제 심리학의 변형입니다.
 힘을 행사하려는 사람도 힘의 행사를 당하는 사람도, 이 외부통제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파악하려 들지도 않고, 그 타당성에 대해 묻지도 않습니다. 인간 사회란 언제나 그렇게 운영되어 온 것이 아니냐고 생각될 정도로 외부통제는 인간의 내면 심리와 태도에 그리고 사회의 운영체계에 속속들이 내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통제의 전제는 "잘 못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라, 그러면 우리가 옳다고 말하는 것을 따르게 될 것이다. 잘 따르면 상을 주라, 그러면 우리가 바라는 일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입니다.

 보상이나 벌은 그것을 휘두르는 사람에게 힘을 부여하고, 이 힘은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권위를 나타내는 기초가 됩니다. 그런데 권위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전문 지식 
• 경험 • 능력으로 상대에게 영향을 주는 것과 관련되고, 다른 하나는 통제하고 명령하며 어길 때에는 벌을 주는 등 보상과 벌로 힘을 행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부모 역할에 대해, "힘을 현명하게 사용한다", "엄하기는 하지만 공정하다","엄하게 훈육한 뒤 사랑으로 다독여 준다"며 자신이 행사하는 힘과 권위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때가 많습니다. 교육심리학자들은 이것이 부모들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정당화하는 '신화'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외부통제 심리학은 특히 부모, 교사와 지도자 등 한 집단에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리더들이 더 자주 활용하지만, 힘없는 사람들에게도 효과가 있습니다. 자신도 언젠가는 힘을 얻어 다른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기 때문입니다. 통제당하는 상황이 불행스럽게 느껴지면서도 다른 방도를 택 할 수도 없으며, 저항하면 사태가 더 나쁘게 되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외부통제는 다른 사람에 대해 통제력을 지니려는 행동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외부통제 행동 때문에 관계를 훼손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통제력을 얻기는커녕 잃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자녀를 외부통제해 온 부모는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이제 더 이상 외부통제가 통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힘을 남용하면 할수록 관계도 나빠지므로, 자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남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부모-자녀 관계에서 통제하고 강요하고 힘을 사용하는 외부통제 심리학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어느 쪽도 바라지 않았던 가장 고통스러운 결과를 낳습니다. 경영자나 관리자가 외부통제 방식으로 직원들을 대할 때 역시 직원들에게 적대적 감정이나 분노 또는 저항감을 불러일으키고 관계를 파괴함으로써 업무의 진행까지 방해하고 맙니다.

 우리의 행동은 '외부의 작용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면적인 작용에 의한 것'입니다. 우리의 행동이 외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생명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 '생명이 없는 기계'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외부로부터 얻거나 줄 수 있는 것은 정보뿐입니다. 정보 그 자체가 우리를 어떻게 행동하거나 느끼게 만들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비참하게도 행복하게도 만들 수 없습니다. 아무리 '현명하게' 힘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힘으로 표현되는 외부통제는 상대를 통제하고 조종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힘을 쓰면 쓸수록 관게는 균열되고 파괴됩니다. 진정한 리더라면 외부통제부터 삼가야 합니다.